[월간 국회도서관] 특집 로컬의 발견

월간 국회도서관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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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국회도서관 2021년 9월호

로컬의 시대
부제:새로운 로컬의 자리는 어디인가?


비로컬 대표 김혁주
전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 로컬과 로컬을 연결하는 스타트업의 대표. 새로운 기회와 창의적 지역 콘텐츠에 매료되어 오늘도 아직 사람들이 만나지 못한새로운 로컬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기록하고있다.

요사이 트랜드 매거진의 대부분은 로컬 브랜드 하나쯤은 일상적으로 소개한다. 이전에는 국외에서 시작한 제품들을 다양한 미사여구로 소개했다면 이제는 국내 그것도 정확히 말하자면 대도시가 아닌 어딘가 크리에이터가 혼자만의 영역을 만든 지역과 장소에서 만드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이제는 그 브랜드를 즐기는 방법이 곧 힙스터 문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참신한 브랜드의 공간과 새로운 제품에 열광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사람들 머물며 독특한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샘 솟아나는 로컬의 창의성에 사람들은 집중하고 있다. 로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심의 이동

오랜 기간 동안 공중파와 주요일간지로 불리던 몇가지 안되는 미디어와 계획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끝났다. 언제 그런 일이 시작됐는지 되돌아 보기에는 이미 아득한 과거가 되었다. 소셜미디어의 시대라고 이제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수 많은 채널과 끊임 없이 지금도 표출되는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계속해서 손에서 놓치 않고 있는 스마트폰 위에서는 뉴스와 커뮤니티 아티클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의 다양성이 꽃을 피우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시대가 되었다. 인스타그램과 웹툰, 웹소설 앱은 따로 사용한다고 말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콘텐츠 소비는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자기 전 마지막까지 들고 있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 가장먼저 확인하는 것도 모두 스마트폰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일상. 모바일 테크놀러지 위에서 우리는소비하고 또한 동시에 콘텐츠를 생성한다. 어제도 맛집에서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남들은 모르는 유튜버를 발견한 감동을 나만의 채널에 남기고 있다. 결국콘텐츠의 다변화와 끊임 없는 소비는 크리에이터 경제라고 이야기 하는 개인 창의성의 시대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로컬의 이동

로컬은 여전히 지금도 변방, 지방, 시골, 소도시 등으로 불리고 사람들은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중앙 집중적 거대 담론의 시대가끝나고 개인 창의성과 다변화된 콘텐츠의 시대로 우리 사회가 변모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추가로 담아가고 있다. 코비드19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우리는국외 여행이라는 단어를 잠시 상실했다. 긴 휴가가 이어지면 당연히 공항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사람이 적고 일상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지역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여행을 통해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골목을 찾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여행지였던 장소 바로옆에 있어도 이전에는 방문하지 않았던 동네. 사람들이 많이다니는 길이 아닌 곳을 지나 우연히 들어선 이면도로 그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제품과 콘텐츠, 커뮤니티를 만들며 독특한 일상을 이어가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세상을 탐험하고 있다.

여름, 사람들이 당연히 바다를 향해서 목적지를 정할 때 콘텐츠 소비에 민감한 사람들은 속초에 몇 안되는 서점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곳에서 서점 운영자가 새롭게 큐레이션하는 책을 추천 받는다. 그리고 서점에 방문한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서점원과 매니저의 손글씨를 책 속에 담는다. 같은 책 한권을 두고도 서점마다 콘텐츠의 연계성을 따라서 서가를 꾸민 방식이 각자 다르다. 그렇게 사람들은 속초 동아서점과 바로 옆에 있는 문우당서림을 다른 콘텐츠 플랫폼으로 소비하고 있다. 서점에서 한 때를 보낸 사람들은 모두가 찾아가는 리조트 보다는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뒤 자신들만의 거리를 만든 소호259 호스텔을 찾아가 시간을 보내고 그들만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로컬크리에이터와 함께 뛰어든 바다를 마음에 담아 속초의 새로운 기억을 만든다.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 국외 여행을 통해서 만났던 여행 영웅담 같은 이야기가 이제는 우리 곁에서도 펼쳐진다. 인천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겠다는개항로프로젝트팀과 최근 로컬의 진성성을 담아 사명을 인천맥주로 변경한 지역 양조장은 인천의 가게들과 본인들의 매장에서만 개항로 맥주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이 팔아야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는 당연한 논리를 부수며 콘텐츠 다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이들에겐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동네의 이야기를 넘어 이제는 인천 5성급 호텔에서도 그곳이 인천에 있다는 당연한 이유로 개항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방문하지 못한 곳을 찾아가는 일들은 결국 온라인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탐닉하는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꼭 가야만 하는 곳,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 기념사진으로 남겨야만 하는 장소는 이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층들에게 절대적이지 않다. 그러니까 어느 날 경주에 방문하는 사람들 중애서 누군가는 경주에 가득한 그 빵들 보다는 대신 배리삼릉공원의 독특한 소품들을 자신의 기억과 주변에 전할 마음을 담아 선택할 것이다. 택시 기사님의 자부심이 가득 담긴 추천으로 만나는 그 음식점 보다는 새로 생긴 지역펍인 흐흐흐에서 저녁에 경주의 친구들을 만나 그들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건당연한 기대이지 않을까? 첨성대와 석굴암, 다보탑 앞에서 남길 사진 보다는 마카모디가 운영하는 공간과 플리마켓에서 경주만의 셀러들을 만나서 새로운 브랜드를 찾은 희열을 인스타그램에 남길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의 이동

앞서서 만난 지역의 상황을 뭉뚱그려서 로컬이라고 불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이 지역을 의미할 때도 있고 독특한 경험과 제품,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여정을 말할 수도 있다. 고성의 하이엔드 스테이 삼박한집에서 며칠을 보냈던 사람들이 부산 전포거리 베르크 로스터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여수에 가서는 여수와가 한정판으로 출시한 여수와 맥주를 기념품으로 사간다. 그들은 서울 연남동 연남방앗간에서 참깨라떼를 마시고 문뜩 떠올라 워케이션으로 강릉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으로 가서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이제 항상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때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상상 이상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일거리와 여가와 삶의 방식이 주어지고 있다. 남들과 다른 삶이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전지구가 오늘도 소셜미디어와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도전을 이끌고 있다. 모두가 일주일을 한 달을 그리고 일년을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은 점차 다변화되고다양성 속에서 나다움의 지향점을 찾아 변하고 있다. 아직 새로운 삶의 방식에 도전하지 못한 사람들도 이미 그것을 제시하는 로컬크리에이터와 그들이 있는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시대의 이동

한국경제가 세계 10위안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신기하지 않고 BTS가 비틀즈 보다 더 유명하고 올림픽에서 메달 수와 등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참가자가 후회없는 선택을 했다는 것에 좋아요와 하트를 누르는 시대에 오늘 우리가 있다. 성장과 고통, 기억과 아픔 등을 뒤로 하고 우리는 제법 찬란한 시대로 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은 남은 사람들이 있는 곳, 모든 편의성이 모여있는 도시를 바라보며 쓸쓸함이 남은 곳, 기대 보다는 어쩔 수없는 상황에 대한 익숙함이 가득한 곳이라는 누군가의 패배주의가 담긴 그 담론을 이제 우리가 넘어서고 있다.

결국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절대적인 대부분의 영역과 힘이 해체되고 나다움이 그 자리의 중심이 되는 일들은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제 내가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죄악이나 나태가 아니라 행복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사회를 등지거나 가족의기대를 져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또한 잘 알고 있다. 혹시 주류를 벗어난 내가 한 이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고민하고 있다면오늘 내가 즐기고 생성한 수 많은 콘텐츠들이 그렇지 않다고 나를 이미 대변해 주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은 시대 한 가운데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역사는 특정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기록되었고우리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들에게서 교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무엇을 갖고 있을까? 내 일상과 동시대의 모든 것들이 내가 원하는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대로 즉시 보고 듣고 느끼고 바로 해낼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찬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이제 역사는 실시간이며 동시에 비선형적인 형태로 우리에게 체감되고 있다. BTS가 비틀즈 보다 유명한 이유가 궁금해서 동시에 두가지 영상을 단 몇 초 안에 섭렵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우리의 일상이다.

콘텐츠가 모든 것을 대변하고 그것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우리의 모든 것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온라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내딛는 모든 장소에서 그들을 당연하게 기대하고 만나고 교류하고 있다. 로컬이 지역, 장소, 시골, 매장, 여행지 그 어떤 의미로 불리던지 우리는 그곳에서 매순간새로운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고 또 함께 스스로 소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로컬의 시대는 이미 우리가 살고 있고 로컬의 자리는 곧내가 걸어가는 여정의 대부분을 뜻하는 시대. 이미 우리 앞에 도착한 용기 있는 사람들이 조금 먼저 살아볼 수 있는 미래를 우리는 오늘 로컬이라고 부른다.